Home 알림과 참여 새소식


[공감코리아]문화유산국민신탁 하는 일 들어보니
NTCH 2010.01.05 4421

정부가 운영하는 정책포털 사이트인 공감코리아 정책기자마당 '다정다감'에 2010년 1월5일자로 실린 기사입니다.

문화유산국민신탁 하는 일 들어보니

최근 한 일본인 사업가가 숭례문 복구에 써 달라며 1만 달러를 문화유산국민신탁에 전달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성금을 기탁 받은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다소 생소한 이름이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의 이은희 기획홍보부장을 만나 문화유산국민신탁(이하 국민신탁)에 대한 궁금증을 물으며 여러 얘기를 나눴다.

우선 ‘국민신탁’이라는 명칭에서 문화유산이라는 말을 빼면 마치 금융투자기관같은 이미지다. 그런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이 부장은 “‘국민이 믿고 맡긴다’는 뜻에선 같지만 맡기는 대상이 금융재산이 아니라 ‘버림받은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가 문화재를 보호하고 있긴 하지만, 손길이 미치지 않는 문화유산이 아직도 많다. 국민신탁은 바로 이런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국민신탁의 유래는 100여년 전 영국에서 시작한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다. 보존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을 시민의 힘으로 매입해 영구적으로 보전해 나가자는 시민사회운동이다. 이 부장은 “영국의 내셔널 트러스트는 정부기관인 문화재관리청보다 성(Castle)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특수법인으로 출범

국민신탁은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공동으로 발의한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이 2006년 3월 24일 국회를 통과하고, 이듬해 3월 25일 발효되면서, 특수법인으로 탄생했다.

국민신탁법에 따르면 국민신탁은 국민, 기업, 단체 등으로부터 기부, 증여받거나 위탁받은 재산 및 회비 등을 활용해 보전가치가 있는 문화유산과 자연환경 자산을 취득하고 이를 보전, 관리하는 일을 한다. 사업은 크게 문화유산 매입과 보전관리로 나눌 수 있다. 보전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조사하고 보전관리를 위한 모금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국민신탁이 관리하는 문화유산은 세 곳이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보성여관(등록문화재 132호)과 울릉도 도동리의 이영관가옥(등록문화재 235호), 그리고 서울 종로구 통인동 이상의 옛 집터다.

지난해 기탁금으로 문화유산 첫 매입

서울 통인동 이상의 옛 집터는 천재 시인이었던 이상이 20년간 살던 집이 있던 자리다. 국민신탁이 기탁금으로 매입한 첫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이상의 옛 집터는 천재시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통인동은 예부터 소설가, 미술가 등 예술가들이 작품활동을 한 곳으로 유명하다.


원래 이곳은 김수근문화재단 소유였다. 재단에선 이상이 건축을 전공한 이력을 감안해 후일 이상기념관을 세우려고 집터를 매입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다고 한다.

국민신탁은 2008년 이사회 논의를 통해 이상의 집터가 있는 통인동, 옥인동 등 서촌 일대가 이중섭, 이광수 등 문인과 예술인들이 작품활동을 했던 곳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이곳을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매입하기로 했다. 국민신탁이 매입재원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국민은행이 3억원을 지원하면서 매입은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8월 매입했지만, 아쉽게도 집터 전부를 매입할 수는 없었다. 이상의 집터는 1930년대 이상이 떠난 뒤 여러 필지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국민신탁은 집터의 73㎡를 구입했지만, 원래 크기의 20%에 불과해 원형복구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부장은 “현재 터 의미를 되새기고 이상을 어떻게 기려야 할지 구체적인 콘셉트를 모색하고 있다“며 “이상이 운영한 종로의 ‘제비다방’ 같은 문화예술인의 소통공간을 재현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이어 “내년에 전체적인 콘셉트를 결정하고 설계를 마무리한 뒤, 2011년에 공사를 완료해 일반에 공계할 예정”이라며 “이 지역의 특수한 문화배경과 이상의 문학과 삶이 조화될 수 있도록 꾸미겠다”고 말했다.


1930년대 지어진 보성군 보성여관은 근대문화유산으로 매입, 보수작업을 거쳐 2011년 숙박체험코스 등 테마공간으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상 집터 등 근대문화유산 세 곳 관리

보성여관과 이영관가옥은 2008년 문화재청으로부터 각각 4억7000만원과 8억2000만원을 지원받아 매입한 곳이다. 국민신탁은 보수설계를 끝낸 상태로 내년에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해 2011년에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보성여관은 1930년대 건축물로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토벌군들이 묵었던 ‘남도여관’의 배경이 된 곳이다. 이전 소유주가 1980년대까지 여관으로 운영했지만, 이후엔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이 부장은 “내년에 공사를 마무리하고 2011년에는 이곳을 1930년대 소도시의 독특한 문화풍경이 담긴 문화체험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관가옥 2층. 바닥에 다다미를 깐 일식방이 그대로 남아있어 근대주택사의 중요한 자료이다.

울릉도에 있는 이영관가옥은 1910년대 일제강점기의 주택건축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문화유산이라고 한다. 원래 일본인이 지은 집인데, 1954년 이영관씨가 구입하면서 이영관가옥으로 불리게 됐다.

현지 실사를 한 국민신탁은 이영관가옥이 울릉도 해송으로 지어 수명이 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부장은 “울릉도 유일의 등록문화재인 이곳은 일제 침략의 현장으로 외딴 섬까지 일제손이 뻗친 증거로 역사성이 충분하다”며 “현재 울릉군 등과 운영계획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유산 보전은 이제 국민의 힘으로

국민신탁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2010년까지 국민신탁이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고 국민공감대를 형성하는 ‘촉발기’로 정했다. 구체적으로 국민신탁의 내부조직을 체계화하고 보전할 문화유산의 목록을 작성하는 한편, 중장기적 차원의 활성화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자금 마련도 당면과제다. 이 부장은 “보전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현재로선 국민신탁이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2008년 말 현재 기부금과 후원금이 2억6000만원 정도로 절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문화유산은 매입비용보다 유지보수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면서 국민들의 기탁을 당부했다.

개인은 국민신탁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1만원 이상 매월 기탁할 수 있다. 물론 비회원으로 일시 기부할 수도 있다. 온라인 사이트(http://happylog.naver.com/ntkorea.do)에서 클릭하면 1~200원씩 쉽게 기부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부장은 “현재 4천100여명이 2천830만원을 온라인으로 기부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국고에서 일부 문화재 보수비용을 지원받고 있지만 국민신탁의 취지에 따라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내놓은 기금으로 문화유산을 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은 “관리가 힘들어 버림받고 있는 문화유산, 특히 문중 소유의 한옥 등은 보전협약을 맺어 관리하거나, 기부 또는 상속받아 관리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팀이 벌교읍 보성여관에 대한 원형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끝으로 일본인의 숭례문 복구 기금 기탁과 관련해 이 부장은 “숭례문은 2012년까지 약 250억원을 국가가 부담해 복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해외로부터 답지한 숭례문 복구성금은 국민신탁이 기부 받아 문화재청에 ‘지정기탁’ 형식으로 전달할 예정”이라며 “숭례문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유산 보전사업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신탁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총 4명.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안에 있는 조립식 건물의 허름한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현판조차 제대로 걸려 있지 않아 사무실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국민신탁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국민의 성원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정책기자 이혁진 rhjeen0112@empal.com

기사 출처 : http://reporter.korea.kr

 
이름 자동등록방지
[Change Image]
비밀번호